조직은 사람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아직 병아리같은 신입 인재채용은 그 움직이는 동력의 시작점에 해당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수많은 데이터를 검토하고, 면접을 통해 종합적 평가를 거치는 합리적 절차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숫자와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사람의 판단이 자리한다. 문제는 이 판단이 항상 객관적인 기준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면접관도 사람이기에, 본인의 경험과 감정, 전날 밤의 부부 싸움, 기타 무의식적 신호에 영향을 받으며 평가를 내리게 된다. 이 글에서는 채용 과정에서 자주 발생하는 세 가지 심리적 편향, 즉 첫인상효과, 스테레오타입, 피드백왜곡을 중심으로 이러한 판단 오류의 작동 방식과 그로 인한 조직적 영향을 분석해 본다.
결정은 말보다 먼저 이뤄진다는 첫인상 효과
지원자가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 평가가 시작된다. 복장, 걸음걸이, 눈빛, 목소리 톤 등 비언어적 요소가 평가자의 무의식에 작용하면서, ‘호감’ 또는 ‘거부감’이라는 감정이 빠르게 형성된다. 이를 첫인상효과(primacy effect)라고 부른다. 표면적으로는 이력서에 기반해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지만, 이미 만들어진 인상은 그 이후의 대화 전반에 필터처럼 작용한다.
예컨대 첫 30초 안에 '신뢰감 있다'는 느낌을 받은 면접관은, 이후 지원자의 대답이 미흡해도 ‘말은 서툴지만 본질은 괜찮다’고 해석하게 된다. 반대로 첫인상이 불편했다면, 아무리 논리적 답변을 해도 '어딘가 억지 같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러한 현상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과 결합되어 더욱 강화된다. 즉, 초기 판단을 정당화할 증거만 골라 인식하는 것이다.
이런 영향력을 차단하려면, 면접 전 구조화된 질문지와 평가 항목을 활용하고, 1인의 인상에 의존하지 않는 다면 평가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기업은 과연 '사람을 본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첫 몇 초의 느낌'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경험이 만든 고정된 판단의 틀이 바로 스테레오 타입
채용은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뤄지지만, 평가자의 머릿속에는 이미 ‘좋은 인재’에 대한 이미지가 존재한다. 이는 과거 경험, 사회적 통념, 문화적 학습에 의해 형성된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이다. 남성은 분석에 강할 것이다, 문과는 숫자에 약할 수 있다, 40대는 변화에 둔감할 것이다… 이처럼 특정 속성을 가진 지원자에게 특정 특성을 부여하는 경향은 채용 과정에 무의식적으로 스며들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고정된 틀이 개별 인재의 실제 능력을 가리게 만든다는 데 있다. 예컨대 지역, 출신학교, 직전 근무지, 계약직 경력 등은 본래 평가 기준이 아니어야 함에도, 스테레오타입은 이들을 ‘채용 리스크’로 왜곡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서류 전형과 같은 비대면 평가에서 더 강하게 작용한다. 제한된 정보 속에서 평가자는 판단을 빠르게 내리기 위해 고정관념에 의존하게 되며, 이는 다양성과 공정성 확보를 가로막는 벽이 된다.
이를 완화하려면 블라인드 채용, 평가기준 체크리스트, 무의식적 편향 인식 교육 등 제도적 장치가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인재는 '이력서 속 정보'가 아니라 '역량과 가능성'이라는 인식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피드백왜곡: 채용 이후에도 지속되는 판단의 그림자
채용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러나 일단 채용된 후에도 초기 인상이 조직 내에서 그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을 결정짓는 경우가 많다. 이를 피드백왜곡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처음에 긍정적으로 인식된 직원은 이후 작은 성과에도 좋은 평가를 받고, 반대로 초기 평가가 부정적이었던 구성원은 같은 행동을 해도 박한 피드백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조직 내에서는 합리적인 피드백 시스템이 있다고 하더라도, 구성원은 그것이 특정인의 호감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고 느끼게 된다. 특히 입사 초기부터 기대주로 분류된 신입사원은 실수조차도 성장 과정으로 용인되는 반면, 보완 필요로 분류된 인재는 작은 성과도 인정받기 어렵다.
이러한 편향은 단순히 인사고과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사료된다. 특히 인재의 성장 기회와 조직 내 소속감에도 영향을 주는 케이스가 무수히 많은데, 피드백이 왜곡되는 그러한 상태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사람들은 조직에 대해 신뢰를 잃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기회를 잃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간과 기업에서의 정기적인 다면 평가, 구체적 근거 기반의 피드백, 관리자의 인식 점검 등이 필수적이다. 특히 피드백이 정보가 아닌 기분에 좌우되지 않도록 하는 구조적 노력이 필요하다.
정말 정말로 '공정한 채용'이 가능할까?
이 모든 편향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최소한 인식하고 조정하려는 노력은 가능하다. 채용 과정은 수치와 데이터, 그리고 인간적 판단이 혼합되는 복합적 절차다. 그 안에는 개인의 선입견, 조직 문화, 평가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까지 다양한 요소가 녹아 있다.
인재 채용이야말로 조직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그래서 더더욱 이 과정에 작용하는 심리적 오류들을 예리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조직이 지닌 인식의 굴절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채용에서부터 보다 투명하고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전략과 시스템을 갖춘 조직이라도, 사람을 잘못 뽑으면 모든 것이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편견 없는 채용은 조직의 방향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사람을 숫자로 판단할 수 없고, 인상을 데이터로 환산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믿는 '직관'은 어디까지 믿어도 좋을까? 어쩌면 좋은 채용은 가장 공정하게 의심하는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