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맞은 건설업계, 지금이 가장 위험한 순간일까
요즘 건설업계를 둘러싼 분위기는 한 마디로 ‘살얼음판’이다. 2025년 1분기, 건설업계 폐업신고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4월 위기설’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는 걸 보여주듯, 현장에서는 자재 수급 불안, 공사 중단, 계약 해지, 심지어 도산까지 현실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된 걸까? 그리고 이 어려운 시기를 건설업계는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 단기 대응을 넘어 중장기 생존 전략까지, 지금 필요한 건 단순한 ‘버티기’가 아닌 본질적인 체질 개선이다.
복합적 위기가 동시에 찾아온 2025년의 현실
지금의 건설 위기는 사실상 복합적인 외부 변수들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먼저 고환율 문제.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이어지며 수입 자재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는 건설 현장 단가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게다가 국내 기준금리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중소건설사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반적인 경제 성장 둔화와 민간 부문에서의 신규 프로젝트 감소, 그리고 공공 발주 시장의 예산 축소까지 겹치면서 ‘수요는 줄고 비용은 오르는’ 최악의 조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폐업 증가, 단순한 현상이 아니다
실제로 업계 통계를 보면, 2025년 1분기 기준 건설업체 폐업 신고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2% 증가했다. 이건 단순히 몇몇 업체의 문제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중소규모 건설사일수록 금융비용 부담을 견디기 어려운 구조라 폐업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건설업은 수많은 협력사와 하청업체가 얽혀 있는 산업이기 때문에, 한 업체의 도산이 도미노처럼 연쇄적인 피해로 확산될 위험도 있다. 이렇듯 산업 전반에 걸쳐 '연쇄 리스크'가 가시화되고 있는 지금, 단기적인 미봉책보다 구조적인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장기 생존을 위한 전략,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건설업계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단순히 비용을 줄이고 사업을 축소하는 ‘수세적 생존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오히려 이 위기를 ‘리셋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아래는 그 구체적인 대응 전략의 예시이다.
스마트 건설 기술로 체질 개선하기
지금까지는 공정 중심, 인력 중심의 건설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고물가·저성장 시대를 맞아 이제는 스마트 건설 기술의 도입이 필수가 되고 있다. BIM, 드론 측량, IoT 기반 현장 관리 시스템 등은 공사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자재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다.
에너지 효율형·친환경 건축으로 차별화를 노리는 방법
고효율 단열재, 재활용 자재, 탄소 저감 시멘트 등 ‘친환경’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전략이다. ESG 기준이 강화되며 민간·공공 부문 모두 지속 가능한 건설 솔루션을 요구하고 있고, 건설사들도 이에 대응해야만 입찰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다.
해외 진출 다변화 전략도 좋은 선택
국내 건설 수요가 정체되면, 외부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이미 몇몇 대형 건설사들은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대형 인프라 사업에 진출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중소기업도 KOTRA, 중진공 등의 해외 진출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충분히 시장 테스트가 가능하다.
금융 구조 재편과 민간 투자 유치
자체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이라면 PF(Project Financing) 구조 개선이나 정책 금융 활용을 검토해봐야 한다. 또한 민간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서 민간 투자 유치를 통해 사업 리스크를 분산하는 모델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인력 혁신과 기술자 재교육도 필요하다
숙련 기술자 고령화가 심각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젊은 인재를 유입하기 위해서는 기술 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건설 직군의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 VR 기반 실습 시스템이나 협약형 직업학교와의 연계도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맺으며: 위기는 언제나 기회의 다른 이름이다
사실 지금 이 시기는 누구에게나 어렵다. 그러나 진짜 위기란,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건설업계의 혹한기는 단기적인 경기 침체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산업 전반의 체질을 점검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상황을 단순히 '버텨내야 하는 고비'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산업의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는 리셋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정책과 제도가 조금 더 유연하게 뒷받침된다면, 그리고 업계 스스로가 기민하게 대응한다면 지금의 겨울은 곧 다음 성장의 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