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노사 임금협상 잠정 합의와 그 내용 살펴보기

현대제철 노사가 약 8개월에 걸친 교섭 끝에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에 대해 잠정 합의에 이르렀다. 성과급 2700만 원이라는 제안을 두고 노조가 수용 의사를 밝힌 가운데, 오는 13일까지 조합원들의 찬반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9월부터 이어온 장기 교착 상태의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의미 있는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합의는 향후 경영 정상화와 노사 간의 신뢰 회복에 있어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화된 교섭의 끝, 잠정 합의

현대제철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은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으며 상반기까지 장기 교착 상태가 이어졌다.
노조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 노동자의 실질 소득 보전과 복지 확대를 요구했고, 사측은 회사의 수익성과 재무 여건을 고려한 선에서 타협을 모색해 왔다.
이 과정에서 파업 가능성도 거론되며 긴장감이 고조됐지만, 양측 모두 극단적인 대결보다는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회사는 성과급 2700만 원이라는 제안을 통해 노조 측에 화답했고, 노조 역시 이 제안을 수용함으로써 교섭은 잠정적으로 마무리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이는 일방적인 양보가 아닌, 상호 이해와 존중 속에서 이뤄낸 절충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성과급 2700만 원 제안의 상징성 분석하기

성과급 2700만 원은 금액적인 측면에서만 평가되기보다는, 현재 기업과 노동자 간의 관계를 진단할 수 있는 상징적인 수치로도 작용한다.
지난 몇 년간 철강 산업은 글로벌 경기 둔화, 중국 수출 규제, 내수 부진 등 여러 악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제철은 지속적인 설비 투자와 기술 고도화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해 왔으며, 이러한 점은 일부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노동자들 역시 높은 온도와 위험이 상존하는 현장에서 묵묵히 역할을 해왔고, 이에 대한 회사 차원의 인정과 보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따라서 이번 성과급 제안은 단순한 일회성 보상이라기보다, 상호 신뢰 회복의 신호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현대제철 측에서도 이 성과급이 일시적 성격이 아닌, 향후에도 일정한 기준 아래에서 계속 논의 가능한 항목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사 사례: 포스코, 한국 GM 등 타기업의 사례를 살펴보자

유사한 사례로는 결이 다르긴 하나, 지난해 포스코 노사가 진행한 임금협상을 들 수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파업 위기까지 간 임금 협상에서,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임금 인상과 복지 개선안을 제시함으로써 조기에 협상을 타결 지었다.
이 과정에서도 성과급은 중요한 변수였으며, 회사가 이를 전향적으로 수용하면서 노사 관계가 비교적 순조롭게 유지되고 있다.
또 다른 예로는 한국 GM의 경우를 들 수 있다.
한국 GM은 구조조정 이후 잦은 노사 갈등을 겪었지만, 최근에는 성과급 지급과 함께 직무 재설계 등을 통해 점차 협력적인 노사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철강·자동차 등 제조업계에서는 성과급이 단순 보상이 아닌 ‘신뢰의 척도’로 기능하고 있으며, 현대제철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조합원 투표의 의미와 향후 과제

오는 13일까지 진행되는 조합원 찬반 투표는 단순한 절차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이는 단지 협상안의 승인 여부를 넘어서, 노조 내부의 단합도와 회사에 대한 신뢰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특히, 투표 결과에 따라 향후 노사 간 교섭 분위기와 협력 구조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다.
투표에서 찬성 결과가 도출될 경우, 현대제철은 그동안 이어진 갈등을 해소하고 경영 정상화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된다.
반대로 부결될 경우,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회사는 이번 투표를 단순한 합의 통과 여부가 아닌, 장기적인 관계 구축의 전환점으로 보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마치며…

노사 관계는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나 요구로는 결코 건강하게 유지될 수 없다.
현대제철과 노조의 이번 협상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려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을 만하다.
특히 최근 수십 년간 노동시장 유연성과 정규직·비정규직 간 갈등이 사회적 쟁점이 되는 시점에서, 현대제철의 협상 사례는 타 기업과 산업에 있어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점은 앞으로 매년 반복될 협상에서 상호 신뢰가 점차 쌓여가는 구조를 만드는 일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고, 회사 또한 장기적인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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