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시장은 지금, 전례 없는 기술 전쟁의 중심에 있다. 기업들의 각축장이자 기술의 정점으로 여겨지는 2 나노미터(2nm) 이하의 선단 반도체 공정은 단순한 제조 기술의 진화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 산업 생태계를 좌우할 전략적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최첨단 공정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중 하나로 꼽히는 기술이 바로 CNT(탄소 나노튜브) 펠리클이다. 에스앤에스텍과 어썸레이와 같은 국내 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CNT 펠리클의 기술적 잠재력과 한계를 면밀히 짚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2nm 선단 공정의 기술적 장벽
2nm 반도체 공정은 말 그대로 나노 단위의 정밀성을 요하는 영역이다. 현재 세계 반도체 제조를 선도하고 있는 TSMC는 3nm 공정을 상용화한 상태이며, 차세대 노드로 2nm 공정의 연구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2nm 공정은 물리적, 공정적, 재료적 측면에서 전례 없는 난이도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로는, 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의 정밀도 한계이다.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 위에 새기기 위해 사용되는 리소그래피 기술은, 선폭이 좁아질수록 파장의 제약을 받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는 파장 13.5nm의 광원을 이용해 더욱 정밀한 회로 구현을 가능케 하지만, 장비의 가격과 유지비, 수율 문제 등에서 아직 완전한 상용화에 이르지 못했다.
그다음으로, 양자역학적 효과이다. 선폭이 2nm 수준으로 축소되면, 전자가 도체 내부에서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이동하거나 누설되는 '양자 터널링'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로 인해 회로의 안정성과 소비 전력 최적화에 심각한 어려움이 발생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트랜지스터 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며, 현재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구조 등이 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력 밀도와 발열 문제이다. 동일한 면적 안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수록 발열량도 급증한다. 냉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패키징 기술과 설계 구조가 병행되지 않으면, 오히려 고성능 칩의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이처럼 2nm 공정은 단순히 '더 작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전자기학과 양자역학, 재료공학이 총체적으로 맞물리는 종합적 도전 과제라 할 수 있다.
CNT 펠리클의 기술적 기여와 가능성
이러한 한계 속에서 주목받는 기술이 CNT 펠리클이다. 그렇다면 펠리클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 할 수 있다. 펠리클(Pellicle)은 포토마스크를 먼지와 오염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종의 보호막으로, 리소그래피 공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존에는 실리콘 또는 폴리이미드 소재가 주류였으나, EUV 공정 도입 이후 고투과율, 고내열성, 내방사선성이 요구되면서 기존 재료로는 한계가 명확해졌다.
CNT는 탄소 원자들이 육각형 구조로 연결된 나노 튜브 형태로, 우수한 기계적 강도와 열전도성, 전기전도성을 동시에 지닌 차세대 소재다. CNT 펠리클은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기존 소재 대비 EUV 투과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으며, 리소그래피 공정의 정밀도와 수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특히, CNT는 얇은 막으로 제조하더라도 구조적 강도가 뛰어나 파손 위험이 낮고, 광원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고투명성을 지니고 있어 고해상도 공정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CNT는 방사선에도 강해 장시간 사용이 가능한 내구성을 보장한다.
에스앤에스텍은 CNT 구조체의 응력 분산 기술과 내열 안정성을 확보했으며, 어썸레이는 CNT의 투과율 개선에 집중하며 EUV 공정에 최적화된 펠리클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국내 반도체 소재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기술 혁신의 이면: 비판적 시선과 과제
하지만 우리에게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시연하기까지는 아직 길고도 멀어보인다는 것이 정설일 것이다. CNT 펠리클 기술의 상용화는 여전히 여러 현실적인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는, 제조 공정의 일관성과 수율 문제다. CNT는 나노 단위에서 균일한 배열과 결함 제어가 어려워, 대면적 펠리클 제조 시 품질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큰 도전이 따른다.
둘째로, 고비용 구조가 문제일 수밖에 없다. CNT 자체가 고부가가치 소재인 만큼, 이를 활용한 펠리클 역시 가격 경쟁력이 낮다. 반도체 공정에서 초기 수율이 낮을 때는 CNT 펠리클 적용 범위가 제한될 수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소재 대체 전략이나 가격 절감형 공정 개발이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글로벌 경쟁의 심화다. CNT 펠리클은 일본, 미국, 대만 등 주요 반도체 국가에서도 활발하게 개발 중이며, 특히 일본 소재기업들은 EUV 관련 소재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이러한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국내 기업들이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독자적 특허 전략과 기술 내재화가 필수적이다.
기술 중심의 미래, 그러나 냉철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
2nm 반도체 공정은 제조 기술의 진화가 아니라, 산업과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CNT 펠리클은 이 극미세 공정의 핵심을 이루는 기술로, 그 가능성은 무한하다. 그러나 가능성만으로는 치열한 기술 전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에스앤에스텍과 어썸레이의 도전은 의미 있는 혁신이지만, 대면적 공정 안정화·수율 개선·가격 경쟁력 확보라는 현실적 허들을 넘어설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반도체 기술 경쟁은 단기적 승부가 아니라, 장기적 비전과 기술 집약적 투자가 결합된 지속 전쟁이며, CNT 펠리클이 2nm 시대의 문을 여는 핵심 열쇠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 내재화와 냉철한 산업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