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물류센터도 친환경 시대? LG전자의 도전
기술은 이제 단순히 사람의 편의를 넘어서, 기업 경영과 환경까지 변화시키고 있는 듯하다. 특히 에너지 소비가 많은 물류센터 같은 대형 인프라에서는 기술의 도입 여부가 곧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곳일 것이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LG전자가 싱가포르 투아스에 위치한 초대형 물류센터에 AI 기반의 에너지 최적화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소식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 적용된 시스템은 '멀티브이아이'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기반 공조 방식이다. 일반적인 냉난방 시스템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내부 온도, 습도, 외부 기온, 실내 사용량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적의 에너지 운용을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다. 이 말은 곧, 불필요한 냉난방은 줄이고, 필요한 구역에만 에너지를 집중하는 방식으로 운영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뜻일 것이다. 이게 더 놀라운 점은 사람이 수동으로 에어컨을 키고 끈다고 하더라도 가끔은 너무 추워지기 마련이며, 마찬가지로 끄는 순간 다시 불같은 더위가 도래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스템이 정착되면 분명 여름에도 쾌적하게 느껴질 것 같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식으로 작동하게 되는 걸까?
왜 물류센터에 AI 기반 에너지 최적화가 필요했을까?
물류센터는 특성상 운영 효율과 에너지 소비가 항상 충돌하는 구조다. 대형 공간에 24시간 가동되는 설비들, 일정한 온도 유지를 위한 냉난방 시스템, 수시로 변하는 입출고 상황까지. 이 모든 요소들이 함께 돌아가면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게 된다. 특히 싱가포르처럼 고온다습한 기후에서는 냉방 수요가 거의 연중 내내 지속된다.
LG전자는 이 복잡한 운영 환경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AI를 도입한 것이다. 단순히 '절전'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전체 물류 흐름과 공간 사용량까지 감안한 스마트한 시스템 운용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한쪽 구역에 인원이 없는 시간이 길어질 경우 해당 구역의 냉방은 자동으로 줄어들고, 반대로 작업 밀도가 높은 곳은 실시간으로 쾌적한 환경이 유지된다. 이렇게 에너지의 '낭비 없는 분배'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비용 절감과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된다.
멀티브이아이, 기술과 사용성을 동시에 잡다
하지만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현장에서 사용이 어렵거나 복잡하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물론 LG전자의 멀티브이아이는 이러한 현실적인 요구도 잘 반영한 것으로보인다. 관리자들이 손쉽게 접근하고, 각종 지표를 직관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사용자 친화형 인터페이스를 갖췄다. 터치 한 번으로 온도 변화 추이, 에너지 사용량, 실시간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필요 시 수동 조작도 병행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은 특히 글로벌 물류 운영을 전개하는 기업들에게는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물류센터의 운영 효율은 곧 납기, 품질, 고객 만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에너지 최적화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비즈니스 성과와 직결되는 투자다. 멀티브이아이 시스템은 탄소 배출 저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ESG 경영을 실천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도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다.
친환경과 기업 철학, 기술로 연결하다
이번 LG전자의 사례는 단지 기술적 진보만의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화두를 실제 운영 현장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최근 소비자와 투자자 모두 기업의 환경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만큼, 물류 시스템에서조차 탄소 배출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노력은 기업 신뢰도를 높이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LG전자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친환경 경영이라는 철학을 행동으로 실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동남아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상황에서, 싱가포르라는 허브에서 이러한 기술적 시도를 먼저 선보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향후 인근 국가 및 글로벌 시장 확대에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마무리하며, 이 변화가 전하는 시사점
이런 뉴스가 반가운 이유는, 기술이 일종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눈에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LG전자의 투아스 물류센터 프로젝트는 그저 전기 요금 줄이는 기술 도입이 아니다. 효율, 환경,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고려하는 시스템을 실제 산업 현장에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AI 기술이 더 이상 복잡한 알고리즘이나 데이터 분석으로만 이야기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어떤 산업, 어떤 공간에 어떻게 적용되며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가 점진적으로 중요해지는 추세로 보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례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이러한 흐름을 참고해 기술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민해나갔으면 좋겠다. 우리 삶 가까이에 있는 기술이, 결국 우리 환경과 미래도 지켜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니까.

